[연재기행문] 혈연의 강들上 제1부 두만강 천리 - 제5장 용드레촌 (3)

글 : 류연산

기사입력 2017-12-26 14:45:09 | 최종수정 2017-12-27 1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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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박씨는 달라자에 눌러앉으라고 억지다짐을 하다싶이 하는 리씨의 호의를 마다하고 륙도구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오후 4시 뻐스는 룡정에 이르렀다.

륙도하와 해란강 합수목에 자리잡은 룡정은 룡정시 소재지로서 7만여 인구를 가진 도시이다. 광복전까지 이곳은 북간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지금도 한국사람들은 연변은 몰라도 룡정이라는 이름만은 똑똑히 기억하고있다. 지금은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큰길들이 쭉쭉 가로세로 뻗어있어 번화한 모습이지만 장인석, 박인언 일행이 남부녀대하고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수림이 우거지고 백수(百兽)가 득실거리던 남황위장(南荒围场)이였다.

바로 이곳이 리씨가 도깨비 작간에 배기다 못해 자리를 뜨지 않으면 안되였다는 터가 센 륙도구이다. 전주 리씨보다 앞서 룡정땅에 개척자들이 나타난것은 청나라 동치(同治), 광서(光绪)년간이였다. 1858년 함경북도 유선(游仙)군 돌골 사람들인 방영삼(方永三), 리호철(李豪哲) 등이 해토무렵에 종자를 메고 두만강을 건너 70여리 밀림을 헤집고 들어와 농막을 짓고 밭을 일구었으며 늦가을에 타작한 낟알들을 지게에 지어 날라갔다고 한다.

풍수지리에 밝은 박씨는 리씨가 버리고 간 오두막에 이르러 주위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거니, 여기가 왕후지지(王侯之地)도 울고 갈 명당이로다. 이 집밑에 룡이 누워있겠다. 룡의 꼬리우에 집을 지었으니 잠자던 룡이 불편을 느끼고 토지신을 시켜 쫓아버리게 한것이 아니겠는가.》

박씨는 리씨 오두막에서 몇십장 떨어진 룡머리 앞에다가 터를 닦고 집을 짓고는 그가 붙이던 밭에 씨를 뿌렸다. 그해따라 어거리대풍이 들었다. 소문을 듣고 리씨도 다시 이사를 오고 또 다른 사람들도 묻어와서 오손도손 살게 되였다.

어느날 박로인은 호주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이보게들, 하루, 이틀 사는것도 아닌데 장장 강물을 길어 먹고 살수도 없지를 않겠나. 안사람들이 말은 안해도 고생이 막심하이. 한즉 내가 우물자리를 보아두었으니 파면 틀림없이 룡수가 나오이. 룡수를 마시면 장수를 낳는다고 했은즉 장차 이 마을을 지킬 장수를 봐야 할게 아닌가.》

《존장님 말씀 천만지당하옵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찬동했다.

그 이튿날 사람들은 소를 잡고 떡을 치고 술을 빚어 제물을 푸짐히 차리고는 천지신명께 제를 지내고나서 우물을 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고 파니 샘물이 콸콸 솟는데 한바가지 푹 떠서 마시니 물맛이 좋고 배속아래까지 시원해 장수힘이 솟는것 같았다. 우물이 깊어서 사람들은 룡드레를 앉혔다.

3년후 박로인은 세상을 떴다. 생전에 우물에서 승천하는 룡을 못본것이 한이였단다. 얼마 후 리로인도 아들을 보고 언젠가는 꼭 룡이 하늘로 올라갈것이니 명심하라는 부탁을 남기고 타계했다. 그 이듬해 귀제날 제사를 마친 리로인의 아들은 밖으로 나오다가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우물에서 서기가 비쳐나오면서 사방은 일광단을 펼친듯 백주처럼 환해지더니만 뒤미처 무지개가 우물에 비끼고 하늘땅을 뒤흔드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우물속으로부터 룡 한마리가 꿈틀거리면서 훨훨 날아오르는것이였다.

《룡이 날아올랐소! 어서 나와 보시오!》

아들은 환성을 질렀다.

모두들 밖으로 달려나왔다. 밤은 대낮같이 환하고 무지개도 그대로 있었으나 룡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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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룡졍지명 기원지 우물
이튿날 온 마을 사람들은 돼지 잡고 소를 잡고 우물에서 룡제를 지내면서 후세에 장수가 나고 행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빌었다.
그리고 우물가에 수양버들을 심고 석비를 세워 아무해 아무날 아무시에 누가 우물가에서 룡이 승천하는것을 보았다고 글을 새기였다고 한다.

이 우물에 대한 다른 한 전설은 로맨틱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해란강 기슭에 초가를 쓰고 사는 한 모녀가 있었는데 하루는 삯빨래를 이고 강으로 나간 처녀는 아이들이 뱀을 잡아가지고 오는것을 보고 돈을 주고 사서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뱀이 동해 룡왕의 아들이더라는것이다. 둘은 사랑을 하게 되였고 석달 열흘이 지나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을것을 맹세했다. 그런데 마을의 부자는 빚대신 처녀를 첩으로 가져가려 했고 또한 룡왕은 인간의 처녀를 며느리로 맞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백날이 되던 날 처녀는 우물에 빠져 자결을 했고 마침 그때 룡왕의 아들은 철창을 부시고 나와 우물에 뛰여들어 처녀를 구해 업고 룡왕과 지상 인간이 모르는 곳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뻐스에서 내린 나는 곧추 아름다운 전설을 낳은 룡드레우물을 찾았다. 시내 한복판 큰길옆에 버드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속에 한장도 나마되는 비석이 세워져있었다.

돌비석에는《룡정지명기원지정천(龙井地名起源之井泉)》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세로 새겨져있었다. 비석밑에는 세멘트로 둥글게 우물머리를 했는데 그 우에는 커다란 뚜껑을 해덮고 주먹만한 자물쇠를 잠그었다.

력사기재에 따르면 1886년 봄 정준(郑俊)이라는 총각이 밭갈이를 하다가 돌각담에 파묻힌 이 우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먼 옛날 녀진족들이 판 우물이고 오래동안 쓰지 않아 돌벽이 무너졌고 이끼가 낀 돌우에는 잡초들이 무성했다. 그들은 무너진 돌벽을 다시 쌓고 우물안을 가셔냈다. 우물은 꽤나 깊었는데 물을 마시니 맛도 별맛이고 이발이 찡하게 저려났다.

룡정은 조선사람들이 회령과 무산으로부터 연길, 왕청, 훈춘, 화룡일대로 들어가는 교통요충지였다. 회령에서 룡정까지는 건장한 청장년의 걸음으로는 하루길이고 부녀자의 걸음으로는 하루반이였다. 그래서 이주민들은 이곳에서 하루밤을 묵거나 점심을 먹기가 마련이였다. 오가는 길손들은 보짐을 풀어놓고 우물의 물을 마시고 얼굴과 팔다리를 씻고 로고를 풀었다. 길손들은 두레박을 빌어서 썼으므로 여간 시끄럽지 않았다. 게다가 우물이 깊어서 불편하기도 했다. 어느해엔가 이곳에 이사온 한족사람 충(忠)씨가 우물곁에 말뚝을 박고 두레박을 단 룡드레를 비끌어맸다. 그때로부터 이 한촌을 룡드레촌이라고 불렀다. 룡드레촌을 한자로는 부득이《룡정촌(龙井村)》이라고밖에 달리 표기할수 없은데서 오늘의 룡정이 된것이라고 한다.

1934년 회령사람 리기섭(李基燮)은 명성이 높은 이 우물과 우물에 깃든 전설을 기리는 뜻에서 우물옆에다가《룡정지명기원지우물》이라는 비석을 해 세웠다. 그런데 그 돌비석은 문화대혁명 란리판에 잃어졌다.

근간에 누군가 김치움을 덮었던것을 찾아냈는데 지금 룡정시 민속박물관 마당에 놓여있다. 부석처럼 구멍이 숭숭한 돌비석은 허리가 뭉텅 끊어지고 글도 몇자가 부서진 돌과 함께 잃어지고 없다면서 박물관장은 애석해했다. 지금 우물터에 있는 비석은 80년대에 정부에서 세운것이다.

여직 력사의 견증자로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는것은 한그루 수양버들이다. 1989년 마을사람들이 우물가에 네귀바른 정방형의 틀을 짜놓고 수양버들 두그루를 심었다는데 한그루만 용케 살아남은것이다. 나이를 따지면 백살도 훨씬 더 된다.
나는 이미 락엽이 져서 벌거숭이 아지만 앙상한 나무밑에 서서 터덜터덜 거친 나무줄기에 손을 문대였다.

정녕 너는 보았으리. 얼마나 많은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세대가 정처없는 류랑의 길을 떠나 여기에 이르러 갈한 목 추기며 너의 그늘밑에서 다리쉼을 했는지를!

정녕 너는 보았으리. 살길을 찾아왔다가 다시 고향이 그리워 귀향길에 오른 사람들이 너의 그늘밑에서 한숨을 톺던 가긍한 처지를!
세월이 가고 그 사람들도 갔지만 오늘도 묵묵히 력사를 지켜보고있는 버드나무를 시인 김동진은 아래와 같이 읊조렸다.

룡드레우물가
늙은 버드나무
흘러간 노래 드리우고
푸른 상념에 잠기였다

그 많은 비바람에
꺾이지 아니한 검질김은
흰 두루마기의 힘줄과
토스레치마의 내강(內强)이
뿌리로 내렸기때문일거야

할배할매 모두 가고
구름처럼 스쳐간 백년세월
드레박으로 퍼올린 해와 달이
보이지 않는 나이테를 감았구나

아, 당금이라도
도화 한가지 접목하면
천도복숭아가 주렁져내릴듯
기인 머리 풀어헤친
룡드레우물가 늙은 버드나무

<계속>

정리: 최예지 중국 전문 기자 rz@ifeng.co.kr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된 작품의 원본을 수정없이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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