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 사라진 중국 고전음악의 부활

기사입력 2018-04-12 14:42:56 | 최종수정 2018-04-12 1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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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 전 모습을 감춘 중국의 고전음악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 봉황망(凤凰网)
[봉황망코리아 권선아 기자] 천년 전 모습을 감춘 중국의 고전음악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소리를 잃은 채 유물이 돼버린 악기를 되살리고, 당대의 음악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오랫동안 잊혀진 고전음악을 되찾고 이를 되새길 때 시공간을 뛰어넘어 고대인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화하(华夏)고전음악단은 2000년 허난(河南)박물관이 중원지역에서 출토된 음악 유물에 근거해 세운 악단이다. 특이한 점은 박물관이 직접 나서서 소장 중인 악기를 연주할 악단을 꾸렸다는 점이다. 이 악단은 고대 악기를 복제하고 고전음악 그대로, 혹은 현대음악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지난해까지 악단은 상주(商周)시대에서부터 진(秦), 한(汉), 당(唐), 송(宋)나라까지의 고전음악 100여 곡을 편곡했으며 약 300개의 고대 악기를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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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난박물관 ⓒ 중관춘온라인(中关村在线)
허난박물관의 리훙(李宏) 전 부원장은 화하고전음악단을 설립한 장본인이다. 당초 악단을 세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박물관이 악단을 만든다고?”

하지만 박물관이 악단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8년 후베이(湖北)성 쑤이저우(随州)시에서 전국시대 증국(鄫国)의 증후을편종(曾侯乙编钟)이 출토된 후 5년 뒤 후베이성박물관은 편종을 복원해 편종악단을 만들었다. 이것이 중국 박물관 최초로 음악과 고고학을 결합시킨 사례다. 이 음악단은 후베이성 가무단과 함께 여러 차례 공연을 했으며 1985년 춘절 대표 방송 프로그램 춘완(春晚)에서도 소개돼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심겼다.
편종악단이 성공을 거두자 유명 관광지, 박물관 등지에서 악단을 만드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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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후을편종(曾侯乙编钟) ⓒ 허난박물관
박물관에서 고전음악에 깊은 흥미를 보이는 건 단순히 관광객 유치 때문만은 아니다. 고전음악의 정신을 되살리고 후대에 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크다.

실제로 하상(夏商)시대부터 예악(禮樂)은 중국 고대문명의 주요 구성 요소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공자가 주창한 예악 사상은 고대 사회를 휩쓸 정도로 당시 유교의 기본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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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후을편종(曾侯乙编钟) ⓒ 봉황망(凤凰网)
화하문명의 발원지인 허난에서는 고대음악 유물 또한 상당수 출토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대 현악기 중 하나인 슬(瑟)이다. 장더수이(张得水) 허난박물관 부원장은 "시경(詩經)은 슬에 대해 ‘요조숙녀는 금슬로써 벗한다(窈窕淑女,琴瑟友之)’라고 기록할 만큼 음악과 예를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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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瑟) ⓒ 허난박물관
1957~1958년 신양(信阳)시 창타이관(长台关)에서 발견된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귀족 무덤에서 또 다른 슬이 출토됐다. 이후 인근 오(吴)나라 왕 부차(夫差)의 왕비 무덤에서도 슬이 나왔다. 화하고전음악단 현악기부의 위안자인(袁佳音) 부장은 "슬에 새겨진 무늬나 부각, 공예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천 년 전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기품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1977년 허난 난양(南阳)시 단강(丹江)에 가뭄이 들자 강 아래 매장돼 있던 초나라 유물이 발견됐다. 이 유물은 적어도 2000년 전의 것들이다. 이중 초장왕(楚庄王)의 아들 자경(子庚)의 무덤에서 편종과 경(磬)이 출토됐다. 경은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석제 타악기이자 예기(礼器)다.

왕손고편종(王孙诰编钟)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많이 발견된 청동악기다. 제일 무거운 편종의 무게는 152.8kg에 달하며 가장 가벼운 게 2.8kg이다. 모든 편종에는 화려한 문양이 조각돼 있으며 깊고 넓은 음색을 자랑한다.

최근 CCTV에서 방영 중인 ‘국가보장(国家宝藏)’에 가호골적(贾湖骨笛)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새의 척골로 만든 이 악기는 기원전 7000년 경인 신석기 시대 유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허난박물관이 소장하는 수많은 유물 중에서도 ‘보물 중의 보물’로 손꼽힌다. 1987년 뤄허(漯河)시 우양(舞阳)현에서 가호골적이 출토됐을 때 중국 전체가 떠들썩했다. 이 악기의 발견은 중국 음악사를 새롭게 쓸 만큼 대단한 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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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호골적(贾湖骨笛) ⓒ 봉황망(凤凰网)
이 밖에도 양사오(仰韶) 신석기 유적지에서 나온 도자기장구(陶鼓), 하(夏) 왕조의 구리방울(铜铃), 안양 인쉬(殷墟)에서 발견된 도훈(陶埙)과 편뇨(编铙) 등이 허난박물관에 수장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수한 고대 악기가 수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깊은 땅속에 묻혀 있다.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다시 한 번 연주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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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황망(凤凰网)
장 부원장은 "8000년 간 침묵했던 편종은 후손들의 손에서 여전히 맑고 깊은 소리를 낸다”며 "고대음악뿐 아니라 변조가 많은 현대음악도 충분히 연주가 가능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대 악기와 가장 조화를 이루는 것은 분명 고전음악이라는 게 장 부원장의 설명이다. 고전 음악을 진실되게 연구해 당대의 악학을 있는 그대로 되살리는 것, 그것이 고고학에 근거한 박물관의 소명이라고 그는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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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황망(凤凰网)
그는 "시경악보(诗经乐谱)에서 시경∙소아∙록명(诗经∙小雅∙鹿鸣)이, 명나라 주권(朱权)의 신기비보(神奇秘谱)에서 신화인(神化引)이 나왔고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bilibili에서 수십만 차례 재생된 서자고(瑞鹧鸪)는 당나라 구자악(龟兹乐)의 일종이며 곡조는 무춘풍(舞春风)에서 따온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선조의 음악을 익히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이 귀중한 역사적 자산을 다음 후손에 물려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고대 음악을 연구하고 집성한 고고학자들과 이를 사랑한 음악인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un.k@if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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